HOME뉴스&자료 > 자료 > 언론보도
[조선일보] 국적없는 인도 소수민족 아이들의 찬란한 미소…12일부터 조의
 Human Asia (humanasia@humanasia.org)   2017년 04월 11일    407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7041001931
조의환 제공

대나무를 쪼개 엮은 교실 가벽(假壁) 사이로 흙먼지가 들어왔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양철 지붕이 짜그락거렸다. 헝겊 조각으로 닦은 흑판은 분필 자국으로 지저분했다. 2인용 책상에 서너명씩 앉은 아이들은 대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연신 찡그렸다. 인도 동북부 ‘차크마’족(族) 자치 학교의 오후 수업 풍경이었다.

인도 내 소수민족 차크마인들의 교육 환경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이들은 고유 민족어를 쓰는데, 5만이 넘는 인구에 이들 언어로 가르치는 자치 학교는 3곳뿐이다. 우기(雨期)가 되면 강물이 불어 등굣길이 막힌다. 태풍이 불면 대나무·양철로 지은 교사가 무너지기 일쑤다. 겨울에도 난방 수단이 없고, 화장실은 길바닥에 가림막만 쳐놓은 수준이다. 학생 절반 이상이 극빈층으로 도시락을 못 싸온다. 교사 월급도 최소 생활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차크마인은 원래 방글라데시의 소수 민족 줌머인(화전민)의 한 갈래였다. 인종은 몽골계에 속해 한국인과 비슷하고, 대부분 불교도다. 1964년 방글라데시 치타공 산악지대에 댐이 건설되면서 3만명의 차크마인들이 거주지를 잃고 인도로 망명했다.
 



조선일보 제공

이들은 인도 동북부 변방인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주(州)에 일정한 토지를 분양받아 정착하였다. 당시 인도 수상 인디라 간디는 이들에게 안정된 이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주 정부가 탄압 정책을 시작하여 차크마인들의 토지를 빼앗고 직업을 가질 권리와 참정권 등 대부분의 권리를 박탈했다. 차크마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도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 1996년 인도 대법원이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는 차크마인들의 시민권과 기본권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주 정부는 여전히 차크마인들의 시민권과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2년 차크마인들의 권리 보장 운동을 해 온 인도 민간단체 ‘차크마 시민권 위원회’가 차크마 자치 학교 설립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5년 동안 3 곳의 자치 학교가 설치됐다. 이중 1곳만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나마 8학년까지밖에 인정되지 않아, 소속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편법을 써 다른 학교 졸업장을 받아야 한다. 나머지 두 학교는 아예 비인가 상태다. 3곳의 학생수는 1060여명.

이 차크마 자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바뚜루뚜루!’가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길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 ‘바뚜루뚜루’란 차크마 고유어로 ‘환영합니다’라는 뜻이다.

조선일보 미술부장 출신인 사진작가 조의환(62)씨는 지난 2월 아시아 지역 인권보호 단체인 ‘휴먼아시아’와 함께 이곳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며 12시간, 다시 자동차로 6시간을 달려 몇 번의 검문소를 통과하고서야 그는 차크마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원시적 교육 환경이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여느 한국 학생보다 밝았다”고 기억했다.
 
조의환 제공

“대중 교통이 없기 때문에 등교 때는 부모들이 자전거나 스쿠터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하교 때 역시 교문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더군요. 학교 앞 가게에서 산 군것질거리를 들고 웃는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집이 먼 아이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한창 응석부릴 나이에 집단 기숙사에서 빨래나 급식을 도맡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했어요.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학교에서 ‘가갸거겨’부터 배운 우리 세대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8일간 이곳에 머물다 온 그는 차크마 아이들이 좀 더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성장해야 자기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을 기획한 권소미 휴먼아시아 사무국장은 “자치 학교는 주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아이들에게 연 15만원 수준의 학비를 걷는데, 대부분 옥수수 농사를 짓는 차크마인 가정은 월 소득이 20만원 이하인 경우가 많아 이 금액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10명의 아이들에게 전액장학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 수익도 모두 이들 아이들의 교육 지원 사업에 보태진다.

“처음 학교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생면부지인 우리에게 대뜸 ‘바뚜루뚜루! 바뚜루뚜루!’하는 거예요. 자국으로부터 냉대받는 아이들이 외국인인 우리를 선뜻 환영하는 걸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빨강색 가방을 어깨에 메고 황토색 얼굴에 띄우는 미소가 흰색 교복 위에 밝더군요. 대부분 흑백 사진에 담았습니다. 무채색으로 봐도 충분히 총천연색이니까요.”
 


휴먼아시아 제공
 
권순완 기자 | 2017/04/10 15:35